[인테리어] 흔들리는 공간 데이터 주권, ‘안방’ 정보가 중국으로 새고 있다
건축 및 인테리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도면에 담긴 ‘공간 데이터’가 국내 산업의 생태계를 좌우할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공간 정보가 법적 공백을 틈타 중국 등 해외로 무분별하게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업계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AI·3D 인테리어 솔루션 기업 아키스케치는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데이터 주권’ 세미나를 열고, 국내 공간 데이터의 해외 이전 문제를 공론화했다. 아키스케치는 도면 한 장이 단순한 수치를 넘어 가족 관계, 소득 수준, 라이프스타일 등 가구의 내밀한 생활 패턴을 추론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임을 강조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약관 한 줄’을 내세워 이러한 데이터를 본사 서버로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국내 점유율이 높은 중국 인테리어 솔루션 ‘쿠홈(Coohom)’ 등은 사용자 데이터를 항저우 본사로 이전한다는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인테리어 상담 과정에서 이러한 데이터 국외 이전 사실이 정보 주체인 고객에게 명확히 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프라이버시 침해를 넘어, 국내 기업들이 정작 자국민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AI 학습 및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서 시장주도권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국내 기업은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해외 기업은 자국법을 방패 삼아 규제를 우회하는 구조적 불균형도 심각하다. 아키스케치 김용진 팀장은 “공간 데이터는 우리 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지탱할 핵심 기반”이라며, 정부 차원의 공간 데이터 정의 신설과 국외 이전 사전 고지 의무화 등 범부처 협력을 통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공간은 인간의 삶이 투영되는 가장 내밀한 성소이다. 설계 데이터의 유출은 곧 국민의 삶 자체를 해외 자본에 노출하는 것과 같다. 국내 관련 산업의 자생력을 확보하고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개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편집 기자
Archifi.kr 취재팀 · contact@archif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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