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재료의 물성과 공간 연출로 되살린 역사: ‘뮤지엄×만나다’ 속 건축·디자인적 발견

김편집 기자

출처: www.newswire.co.kr

시대를 잇는 공간과 재료의 미학… ‘2026 박물관·미술관 주간’에서 만나는 건축·인테리어적 영감

문화체육관광부와 (사)한국박물관협회가 주최·주관하는 「2026 박물관·미술관 주간」이 6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이어간다. 올해의 핵심 큐레이션인 〈뮤지엄×만나다〉 프로그램은 전국 50개 기관의 대표 소장품에 숨겨진 이야기와 문화적 가치를 조명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단순한 유물 나열을 넘어, 공간 연출 기법과 고건축의 물성, 그리고 현대적인 보존·설치 기술이 집약되어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영감을 제공한다. 5월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6월에도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 중심의 핵심 전시 3곳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1. 함안박물관 ‘별 헤는 방’: 고대 천문 자산을 시각화한 ‘몰입형 룸’ 인테리어

함안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말이산고분군 13호분에서 출토된 5세기 후반 아라가야의 〈별자리 덮개돌〉을 단독 기획 공간에서 선보인다. 이 유물의 공간 디자인적 핵심은 전용 독립 전시 공간인 ‘별 헤는 방’의 연출에 있다.

디자이너는 191개의 성혈(별자리 홈)이 지닌 텍스처와 크기의 변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덮개돌 내부의 별자리 형상을 현대적 화면으로 구현한 몰입형 미디어 인테리어를 시도했다. 암전된 방 노출 콘크리트 스타일의 석재가 주는 차가운 물성과 밤하늘을 수놓는 빛의 대비는 관람객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깊이감을 느끼게 만든다. 과거의 무덤 천장 판석이라는 고건축적 요소를 현대적 디스플레이 기법과 결합하여, ‘시공간을 연결하는 정적인 아늑함’을 구현해 낸 훌륭한 공간 스토리텔링의 예시다.

2.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화실 벽면을 통째로 이식한 1.5톤의 복원 인프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소장한 장욱진 화백의 〈동물가족〉(1964)은 내용의 순수성만큼이나 ‘벽화의 보존 및 이식’이라는 시공 가치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과거 덕소 화실 철거 당시, 사라질 뻔한 예술을 지키기 위해 건축물의 회벽 자체를 통째로 떼어내 보존한 작품이다.

설치 당시 무게만 1.5톤에 달했던 이 석조 벽체를 미술관 내부 디자인에 영구 안착시키기 위해 국내 최고 수준의 건축 구조 및 복원 전문가들이 정교한 구조 공학적 설계를 적용했다. 또한, 거친 회벽의 질감 위에 실제 오브제인 ‘쇠코뚜레’와 ‘워낭’을 매치하여 텍스처의 대조를 통한 향토적 인테리어 감성을 연출했다. 예술이 주거 공간(화실)의 마감재로 녹아들었던 거장의 삶을 미술관이라는 공공 공간으로 고스란히 옯겨온 차별화된 디스플레이 기법을 감상할 수 있다.

3. 한국자연사박물관: 600년을 버텨낸 조선 초기 ‘회곽묘’의 친환경 4중 구조와 과학 기술

한국자연사박물관의 〈학봉장군미라〉 전시는 당대 최고급 장례 건축의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다습한 한반도의 기후 환경 속에서도 약 600년 동안 완벽한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조선 초기 사대부층의 ‘회곽묘(灰槨墓)’ 구조에 있다.

숯, 삼물(석회·황토·조개가루), 목곽, 목관으로 이어지는 천연 친환경 4중 레이어 구조는 외부 공기와 수분을 완벽히 차단하여 내부를 무산소 상태로 밀폐시키는 고도의 건축 과학을 입증한다. 특히 석회가 물과 만나 단단하게 굳어지는 화학적 성질과 황토, 조개가루를 섞어 콘크리트 이상의 강도를 낸 ‘삼물(三物)’의 배합 기술은 현대의 지속 가능한 건축 마감재 연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물관 측은 이러한 역사적·과학적 융합 스토리를 관람객이 탐험 형태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동선을 다각화하여 공간의 활력을 높였다.

단순한 유물 관람의 차원을 넘어, 과거의 공간 기술과 현대의 연출 감각이 결합된 이번 〈뮤지엄×만나다〉 연장 전시는 공간 디자이너와 인테리어 전공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주간 공식 누리집(www.뮤지엄위크.kr)을 통해 6월 상세 일정을 확인한 후 방문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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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집 기자

Archifi.kr 취재팀 · contact@archif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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