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서울시립미술관, 한국 추상미술 거장 유영국 역대 최대 회고전 개최

김편집 기자

출처: www.seoul.go.kr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고유한 조형 언어로 자신만의 ‘산’을 구축해 온 거장 유영국의 예술 세계를 공간적으로 재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은주)은 작가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회고전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를 서소문본관에서 오는 10월 25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시도하는 ‘한국 근대 거장’ 시리즈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1930년대 도쿄 유학 시절의 아방가르드 실험작부터 1999년의 절필작까지, 유화 115점을 포함한 총 170여 점의 작품과 아카이브를 전례 없는 입체적 동선으로 선보인다.

전시의 공간 거동과 구성 방식은 기존의 연대기적 틀을 과감히 탈피하여 건축적 서사를 지닌다. 관람객은 작가의 화업에서 가장 중대한 전환점이었던 ‘1964년 개인전 선언’의 순간으로 먼저 진입하게 된다. 이 변곡점을 기점으로 삼아 초기 전위 미술 실험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행’의 공간을 지나, 다시 1960~70년대 추상의 절정과 만년의 심상 추상 세계로 나아가는 ‘순행’의 구조를 구현했다. 이러한 독창적인 시공간적 변주는 관람객에게 거장의 예술적 결단과 숭고미를 시각적·공간적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핵심 요소는 유영국이 평생에 걸쳐 천착해 온 ‘산’이라는 모티프와 조형적 방법론이다. 그에게 산은 단순한 자연 풍경의 재현 대상이 아니었다. 고향 울진의 대자연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점, 선, 면, 색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를 정제하고 비례를 조율해 캔버스 위에 구현해 낸 ‘내면의 구조물’이자 건축적 입면과도 같다. 대담한 기하학적 구성과 강렬한 원색의 대비, 정밀한 면 분할을 통해 화면 내에 고도의 긴장감과 평온한 균형을 동시에 창출해 내는 그의 컴포지션(Composition) 능력은 시각적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인 후기 추상 파트에서는 1980년 이후 긴장감을 넘어 자연과의 합일을 이룬 절제의 미학을 담은 심상 추상의 세계를 조명하며, 디지털과 AI 기술이 창작의 개념을 흔드는 동시대에 인간의 직관과 본질적 회화 행위가 지닌 단단한 생명력을 다시금 성찰하게 한다.

전시 외에도 다채로운 협업이 공간 안팎에서 펼쳐진다. 오는 9월 프리즈·서울아트위크 기간에는 서울디자인재단과 협업해 유영국의 색채 세계를 222m에 달하는 DDP 외벽에 미디어 프로젝션으로 투사하는 대형 스케일의 ‘서울라이트 DDP’가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공간 디자이너 양태오 등이 참여해 동시대 창작자의 시선으로 유영국을 재해석하는 릴레이 토크도 기대를 모은다. 관람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한 사전 예약 및 현장 방문으로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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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집 기자

Archifi.kr 취재팀 · contact@archif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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