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차단’에서 ‘소통’의 매개로…부천시의 공사장 가설울타리, 도시경관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
![[디자인] ‘차단’에서 ‘소통’의 매개로…부천시의 공사장 가설울타리, 도시경관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다.](/_next/image?url=https%3A%2F%2Fapi.archifi.kr%2Fuploads%2F1778667883155-564d7ca1b46ec92f.jpg&w=1200&q=75)
디자인으로 시민과 대화하는 부천시
부천시는 지난 5월 13일, 공사장의 위압감을 걷어내고 도시의 가치를 담아내는 자체 개발 디자인 매뉴얼을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건축 전문가들은 부천시의 이번 행보를 ‘공사장을 도시의 단절이 아닌 연속으로 해석한 걸작’이라 평가한다.
부천시의 매뉴얼은 보행자의 심리적 안정에 초점을 맞췄다. 삭막한 철제 가림막 위에 숲과 나무 등 자연 그래픽을 입혀 시각적 피로도를 대폭 낮췄으며, 시의 비전을 담은 슬로건형 디자인을 통해 공사장을 시정 메시지의 전달 창구로 전환했다. 이는 단순히 ‘가리는 것’에 급급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사장을 도시 인프라의 일부로 수용한 진일보한 접근이다.
시인성에만 매몰된 서울시설공단의 ‘색채 행정’
반면, 서울시설공단이 8일부터 도입한 ‘모닝옐로우’ 현수막 디자인은 건축적 맥락과 도시 미학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2026 서울색을 적용해 시인성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줄이겠다고 공언했으나, 이는 공사장의 물리적 위압감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극적인 색채로 도심의 시각적 공해를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공단 측은 QR코드를 통한 정보 제공과 근로자 안심동행 프로젝트 등 기능적 측면을 강조했으나, 정작 시민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가설울타리의 근본적인 미관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눈에 잘 띄는 색상을 현수막에 적용하는 것이 도시 경관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고 비판한다.
보행자 친화적 도시 디자인을 위한 건축적 과제
부천과 서울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진정한 보행자 친화적 도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안전을 위해 눈에 띄는 색을 칠하거나, 보기 싫은 곳을 가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래의 도시 디자인은 다음과 같은 거시적 관점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공사장을 '닫힌 공간'이 아닌 '열린 인터페이스'로 재정의해야 한다. 공사 현장은 도시가 진화하는 생생한 과정이다. 가설울타리를 단순히 물리적인 차단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나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전시 공간, 혹은 야간 경관을 개선하는 조명 요소로 활용하는 등 도시 맥락과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시각적 정보의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요하다. 자극적인 색채로 주의를 끄는 방식은 도시의 시각적 노이즈를 높일 뿐이다. 보행자의 눈높이에서 느껴지는 재질감, 보도의 폭과 가설물의 거리감,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색채 조화를 고려한 통합적인 경관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셋째,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을 통한 인간 중심의 안전 설계다. 서울시설공단의 QR코드 도입처럼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는 시도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를 넘어 스마트 센서를 통한 소음·먼지 데이터의 실시간 시각화 등 보행자가 현장의 상황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보행자 친화적 디자인이다.
결국 도시 디자인의 성패는 시민이 그 공간에서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가'를 느끼게 하는 데 있다. 부천시의 사례처럼 보행자의 정서적 쾌적함을 우선순위에 두는 철학적 바탕 위에, 현대적인 기술과 세련된 감각이 더해질 때 비로소 도시는 거대한 공사장이 아닌, 끊임없이 호흡하고 성장하는 유기체로서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부천시, 공사장 가설울타리 디자인 개선…‘자연과 도시 가치’ 반영" 보도자료에서 발췌
김편집 기자
Archifi.kr 취재팀 · contact@archif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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