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나무, 직물의 유연함을 입다: 패트릭 주앙이 빚어낸 ‘트람(Trame)’의 미학
![[디자인] 나무, 직물의 유연함을 입다: 패트릭 주앙이 빚어낸 ‘트람(Trame)’의 미학](/_next/image?url=https%3A%2F%2Fapi.archifi.kr%2Fuploads%2F1778584350993-acf6d5a7bed2cdef.jpg&w=1200&q=75)
건축과 인테리어의 경계에서 바닥은 공간의 중력을 지탱하는 가장 정적인 요소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2026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리스토네 조르다노가 선보인 패트릭 주앙의 신작 ‘트람(Trame)’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일거에 깨뜨리며, 목재를 시각적·촉각적 리듬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건축 언어’로 격상시켰다.
주앙은 “각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시간 속에 새겨진 움직임의 영혼”이라 정의하며, 오크라는 소재의 견고함 위에 섬세한 그래픽 문양을 새겨 넣었다. 이 정교한 각인을 통해 나무는 더 이상 단단하고 차가운 표면에 머물지 않고, 마치 빛과 그림자가 밀도 높은 대화를 나누는 ‘활력 넘치는 직물’과 같은 물성을 획득한다.
설계적 측면에서 트람의 탁월함은 그 유연한 시스템에 있다. 세 가지 고정된 크기의 유닛은 선의 방향과 배열의 상호작용에 따라 무한히 변주되는 그래픽 패턴을 생성한다. 이는 단순한 바닥재의 반복을 넘어, 공간의 지각적 경계를 확장하는 최면적인 리듬을 만들어낸다. 산업적 각인 기술의 정밀함과 작가 특유의 유기적 감수성이 결합하여 탄생한 이 생동감 있는 표면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포착하며 공간에 예술적 경량감을 부여한다.
프랑스 출신의 전천후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은 이번 작업을 통해 다시 한번 기능과 시적 미학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증명했다. 에펠탑 레스토랑에서 글로벌 브랜드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가 추구해 온 ‘자연스러운 유동성’과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은 이제 우리 발아래의 수평면을 하나의 거대한 직물 생태계로 탈바꿈시켰다.
트라메는 디자인의 엄격함이 패턴의 시각적 부드러움과 만날 때 공간이 얼마나 풍요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수작이다. 예술 작품과 같은 생동감을 일상의 공간으로 되돌려준 그의 통찰에 건축 인테리어계의 찬사가 이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All images courtesy of Listone Giordano Press Office.
김편집 기자
Archifi.kr 취재팀 · contact@archifi.kr
댓글
댓글 0개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해주세요.
댓글을 불러오는 중...